아기의 발달에 ‘지루함’은 방해물이 아니라 중요한 자극이다. 이 글에서는 아기에게 ‘지루함’ 시간을 의도적으로 주어야 하는 이유 — 창의력 발달 포인트 라는 주제로, 부모가 일부러 개입하지 않는 시간이 어떻게 창의력, 문제 해결력, 자기주도 놀이를 키우는지 발달 심리와 신경과학 관점에서 살펴본다.

지루함은 발달의 공백이 아니라 ‘생각이 시작되는 공간’이다
많은 부모는 아기가 가만히 있거나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면 불안해진다. “심심한가?”, “자극이 부족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장난감을 더 꺼내주거나, 말을 걸거나, 영상을 틀어주며 그 시간을 채우려 한다. 하지만 발달 심리학에서 말하는 지루함은 결핍이 아니라 ‘여백’에 가깝다.
아기의 뇌는 끊임없이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자극과 자극 사이의 간격에서 정보를 정리하고, 스스로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이때 나타나는 상태가 바로 지루함이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감각 정보가 통합되고 사고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신경과학적으로도 반복적인 자극이 잠시 멈추면, 뇌의 기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이 네트워크는 상상, 자기 탐색, 기억 재구성과 깊이 연결된 영역이다. 즉, 아기가 멍하니 있는 순간은 뇌가 ‘놀고 있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특히 영아기에는 아직 외부 세계를 해석하는 틀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극이 과도하면 오히려 사고의 흐름이 끊긴다. 계속해서 장난감이 바뀌고, 소리와 움직임이 제공되면 아기는 반응은 하지만 ‘생각’할 틈은 갖기 어렵다. 지루함은 바로 이 틈을 만들어준다.
중요한 점은 지루함이 방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아기는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 안에서 지루함을 경험할 때 비로소 탐색을 시작한다. 아무 자극도 없는 불안한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여유가 있을 때 지루함은 창의력의 출발점이 된다.
부모의 빠른 개입이 창의적 시도를 막는 이유
아기가 잠시 칭얼거리거나, 무엇을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면 부모는 본능적으로 개입한다. 이는 사랑과 보호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러나 이 개입이 반복될수록 아기는 ‘스스로 시작하는 경험’을 할 기회를 잃게 된다.
아기의 창의력은 특별한 재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사소한 시도, 예를 들면 손에 잡힌 천을 흔들어보거나, 바닥의 그림자를 바라보거나,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빼는 행동에서 출발한다. 이런 시도는 대부분 지루함의 순간에 나타난다.
하지만 부모가 이 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바로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면, 아기는 점차 ‘다음 자극을 기다리는 존재’가 된다.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보다, 누군가 재미를 제공해주길 기대하는 패턴이 형성되는 것이다.
발달 연구에서는 이를 ‘외부 자극 의존성’으로 설명한다. 이 패턴이 강화되면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을 불편해하고, 놀이 상황에서도 쉽게 싫증을 낸다. 반면 지루함을 견디는 경험이 있는 아이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새로운 놀이 방식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높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개입의 타이밍을 늦추라는 것이다. 아기가 잠시 멍하니 있거나, 별것 아닌 물건을 만지작거릴 때, 그 시간을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짧은 지연이 아기에게는 “내가 해볼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된다.
창의력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게 될 때 자란다. 부모의 한 발 물러남은 무관심이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발달 지원일 수 있다.

‘지루함 시간’을 안전하게 설계하는 부모의 역할
지루함을 의도적으로 주는 것은 아기를 방치하는 것과 다르다. 핵심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설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부모의 역할은 환경을 정비하고,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먼저 물리적 환경이 중요하다. 위험 요소가 제거된 공간, 손이 닿는 범위에 과도하지 않은 수의 물건, 시야를 압도하지 않는 배치는 아기가 불안 없이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이 공간에서 아기는 특별한 장난감이 없어도 자신의 몸과 주변을 탐색한다.
두 번째는 시간에 대한 태도다. 지루해 보이는 시간이 나와도 바로 개입하지 않고, 잠시 관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기가 스스로 무언가를 시작할 때까지 몇 분을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기다림이 반복되면 아기는 점차 자기 주도 놀이를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정서적 신호다. 부모가 불안해하며 주변을 맴돌면, 아기는 그 불안을 그대로 감지한다. 반대로 부모가 편안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곁에 있어주면, 아기는 ‘혼자 있어도 괜찮다’는 감각을 형성한다.
지루함은 일부러 만들어줘야 하는 발달 자원이다. 일정이 빽빽한 하루보다, 아무 계획 없는 잠깐의 시간이 아기의 창의력을 더 크게 자극할 수 있다. 이 시간 속에서 아기는 세상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아기의 창의력은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에서 자라지 않는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행동을 해볼 수 있었던, 바로 그 지루했던 순간들에서 자란다.